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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 sungyeonster@gmail.com

Artist's Statement

박성연

 

최근 본인의 주요 작업은 사회 안에서의 나의 경계, 자각과 개인적인 경험 안에서의 사회적인 자각이 동시에 맞물리는 작업이다. 나의 ‘목소리 찾기’, ‘말하는 여자 되기’에 대한 고민은 시각언어를 통한 전통적인 방법과 디지털화된 이미지를 동시에 사용하며 보여왔다. 본인이 보여준 방식은 거대한 담론이나 사회정치적으로 화제가 되는 커다란 이야기 꾸러미가 아닌 본인을 에워싸고 있는 무거운 공기와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이것은 너도 나도 내는 큰 목소리 속에서 울리는 일상의 작은 이야기들로, 습관적인 손짓이나 흥얼거리는 노래말 등이다.

2004년 전시<Night, Night, SweAt Dream!>은 본인이 꾸었던 악몽을 재현한 작업인데, 얇은 플라스틱이지만 움직이는 3D 모션이 가능한 렌티큘러를 통해서, 본인의 악몽을 단순하게 반복하여 보여주었다. “잘 자”라는 인사말에서 땀이 나도록 악몽을 꾼다는 의미로 제목을 치환함으로써 나를 누르는 무언의 강요들이 얼마나 악몽과 같은지 표현하였다. <국수 뱉는 여자>를 통해 현실에서도 꿈에서도 말하고 싶지만 하얀 국수가락이 입안을 가득 메워 소리 내지 못하는 그녀를 드러냈다. 또한 아무리 긁어도 가려움이 해소되지 않는 <머리 긁는 여자>를 그렸다. ‘숨쉬는 사과’에서는 좁은 방 안에 갇혀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숨만 쉬는 느낌을 주기 위해 2미터 가량의 풍선을 좁은 공간에 놓았다. 문학과 종교, 역사에서 사과는 중요한 상징물이지만 옥탑방안에 갇힌 라푼젤이나 몸이 커져 버린 엘리스처럼 사과는 좁은 방 안에서 벗어나지도 움직일 수도 없다. 이는 관습화 된 사회 안의 자신을 움직이지 잃어버린 개인과도 같다.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쉽게 인정하지 않고 무언의 강요를 요구하며 옭아 묶을 때 우리는 숨쉬는 사과가 된다.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 안내데스크의 도우미처럼 끊임 없이 허리를 구부리며 인사를 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은 2006년 전시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로 이어진다. 당시 SK의 슬로건이기도 했던 이 광고 안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은 여성이 사회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사회가 세운 전형적인 여성상에 맞아야 한다는 걸 역설하듯 들렸다. 동그라미 안에 있는 i처럼 원안에 갇혀 있는 identity의 i 일수도 또는 information을 제공하고 있는 i 일수 있는 가정에서 시작했다. 직접 도우미를 섭외하고 전시장의 한쪽 코너를 안내데스크로 만들고, 반대편 벽에서는 노란색 i 가 반복적으로 인사하는 가벼운 무빙이미지를 보였다. 또한, 이 전시에서 보여진 비디오 작품 <Melting Castle and Wedding Halls>은 동화에 나올법한 궁전이 실상 표피와 알맹이가 서로 겉도는 싸구려 키치이고, 가부장적 위계질서로 인해 숨막히는 장소임을 말했다. 결국 아이스크림처럼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한국의 예식장과 궁전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존엄의 대상이였던 공간을 다른 눈으로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이후 작업은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로 접어들었다. 뒷모습에 대한 관심과 내러티브 사운드와의 접목이다. 뒷모습처럼 솔직하고 무방비로 자신을 보여주는 면이 있던가. 자신은 볼 수 없는 자신의 뒷모습은 쓸쓸함도 혹은 인생의 면모도 보여주는 거짓말 없는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일상의 소소함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일상 밖으로 미술 안으로 끌어내오고 있다. 작품 <Her Grey Hair>에서는 어느 날 보게 된 희고 푸석푸석한 어머니의 뒷모습을 위로하는 손짓을 그렸다. 허밍과 함께 시작하는 작품은 아이에게 자장가를 들려주듯, 토닥토닥 보듬어 주는 느낌의 라인드로잉 애니메이션이다. 본인은 그 안에서 쓰다듬거나 길을 열어보이듯 물살을 가르는 동작을 반복하였다.

이렇듯 본인의 주된 주제는 개인의 경험 안에서 이루어진 사회에 대한 자각이다. 잠재된 여성의 욕망을 작가(본인)의 불안한 꿈을 통해 표현하거나, 너무나 익숙하여 쉽게 간과해버리는 일상의 삶을 다양한 매체와 소재로 드러내었다. 연이은 작업을 통해 현실에서의 여성의 위치를 짚어보기도 하였다. 최근 이년 새 주요한 관심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일상의 흥얼거림으로 좀 더 개인의 이야기로 깊숙하게 들어왔다. 일련의 작업, <Washing Dishes>. <Void>, <On Her Own Birthday, 22 Oct 1941> 에서는 그 일상의 단면을 자연스럽게 보였다. 집안 일 중간 중간에 밖으로 향하는 그녀의 눈을 카메라의 시선으로 잡았으며, 커피 잔을 만지작 거리는 손을 통해 오후의 쉼을 말했다. 그리고 말없이 설거지를 하는 손을 통해 ‘나’는 없어지고 필요에 의한 손만 남은 애니메이션을 선뵈었다. 그 누군가는 자신의 몸을 잃고 남겨진 무형 유형의 사물로 자신을 나타낸다. 어둠 속에 떠다니는 밝은 오브제와 손, 신문, 커피잔처럼 말이다. 이는 과거 회화가 보여준 배경과 대상이 자연스럽게 서로 스며드는 점과 유사할 것이다.

‘말하는 여자’에 대한 고민은 일련의 과정과 다양한 방식을 통해 표현되어 왔고, 이것은 우리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공기와도 같은 갖가지 상황에서 그 소재를 가져왔다. 앞으로의 관심은, 중요하지만 하찮게 취급되어 온 가정 내 일상의 단면을 자연스럽게 관찰하고 드러내는데 있다. 닫혀진 벽, 비밀의 벽을 열고 그 안에 숨어있는 개인적이고 특수한 문제를 보편적인 타당성으로 이끌어 낼 것이다. 쉽게 치부되어 온 자신의 존재를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소재를 통해 논리적인 연결지점을 보여왔고, 또한 지금까지 본인은 말하는 여자 되기를 시도하고 있으며 작품에 말을 걸고 세상에 말을 걸고 있다. 우리는 경계선상에서 항상 우리가 어떤 이가 되어야 할지 자문하고 유랑하는 이주민들처럼 경계를 허물고 움직일 것이다.